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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승진 같은 거 하기 싫어" 책임 피하는 시대가 낳은 '언보싱'

by niceharu 2024. 11. 16.

승진에 대한 생각이 점점 달라지고 있는 요즘, ‘승진 거부’라는 트렌드가 많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특히 요즘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승진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이유를 알아보면 굉장히 흥미롭고, 동시에 그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 공인노무사에게 접수된 상담 내용이 인상적이었어요. 38세 직장인 A씨는 “회사에서 저를 관리직으로 강제 승진시키려 하는데 잠이 안 온다”면서 승진 거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이 직원은 자신이 지금 잘하는 일이나 조용히 하면서 일하고 싶은데, 승진을 하면 여러 사람 눈치를 보며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불안하고 부담스럽다는 거예요. 심지어 승진을 거부하면 해고되거나 퇴직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승진을 두고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승진 거부 현상의 배경

과거에는 승진이 직장 내에서 성공을 의미했어요. '승진하면 좋은 거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하지만 이제는 승진을 꺼리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감지됩니다. 이를 ‘의도적 승진 기피(conscious unbossing)’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요, '승진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요즘 직장 내에서 임원급 관리직이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요. 특히 임원 승진을 하면 책임이 늘어나고, 스트레스도 커지는데, 그에 비해 보상은 생각보다 적은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연봉이나 수당이 미미하게 오르는 반면, 관리직으로서의 책임과 업무는 급격하게 늘어나게 됩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불만과 아래에서 치받는 불만을 모두 처리해야 하니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죠. 이렇게 '책임만 커지고 보상은 적은' 위치를 굳이 맡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진 거예요.

 

둘째, 요즘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일보다는 개인적인 삶을 우선시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면서, 직장인들이 일하는 시간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졌죠. 그래서 이제는 ‘승진’이라는 것이 단순히 직급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한 압박과 스트레스, 업무량 증가를 동반하는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한 거예요.

 

셋째, 승진을 꺼리는 이유로 ‘경력 성장의 한계’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에는 승진을 통해 경력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만, 요즘은 승진 이후에도 더 이상 직무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승진을 하더라도 더 이상 직무적으로 도전할 기회가 적고, 오히려 조직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라 느끼는 경우가 많아진 거죠. 그래서 승진보다는 현업에서 실무를 더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승진 기피 현상에 대한 통계와 현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임원 승진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취업 플랫폼의 설문에 따르면, 2030 직장인 중 과반수가 임원 승진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해요. 그 이유로는 ‘책임이 너무 많다’는 점이 가장 크고, 그 외에도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워라밸을 중시한다’, ‘회사를 오래 다닐 생각이 없다’는 이유들이 뒤를 잇습니다. 예전에는 승진이 곧 직장 내 성공을 의미했지만, 요즘은 승진을 하지 않아도 만족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죠.

 

이와 같은 경향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처럼 안정적인 직장에서 더 두드러지는데요, 고위직이나 중간 관리직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로 ‘승진을 거부’하는 직장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특히 관리직으로 승진한 뒤의 현실을 미리 생각하면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임원 승진을 하게 되면 수많은 경영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나 책임감이 커지죠. 게다가 그에 따른 보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승진을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승진 거부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이렇게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되면, 조직 내에서 리더십이 약해질 수 있어요. 리더가 된다는 건 단순히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과 역할이 커진다는 뜻이죠. 하지만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리더십을 갖춘 중간 관리자가 부족해지고, 이로 인해 조직의 활력이 떨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만약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승진을 거부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의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또한,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되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낮은 직급에 머물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실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는 있지만,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적어지게 되죠.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조직 내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직원들을 이끌어갈 사람이 부족해질 수 있어요. 결국, 조직의 발전과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책과 해결책은?

승진 기피 현상이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려면, 승진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요. 즉, 단순히 승진을 통해 직급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승진에 따른 보상과 책임 분산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승진을 통해 더 많은 책임을 맡게 되면 그에 맞는 금전적 보상이나 혜택을 제공하고, 리더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일본에서는 승진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자, 외부에서 ‘상사 대행’을 데려오는 방식으로 중간 관리자를 채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해요. 미국의 기업들 역시 중간 관리직을 없애고, 보다 단순한 위계 질서를 만들어서 직원들의 부담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급과 책임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승진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조직 내에서의 소통 방식이나 문화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승진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경영진이나 상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직장 내에서 서로 존중하고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승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더 나아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승진을 꺼리는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체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직장 내에서 승진을 향한 열망이 사라지는 대신, 개인의 삶과 경력 발전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 승진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 않게 된 만큼, 직장인들은 승진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력을 쌓고,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히 불만을 표현하는 차원을 넘어서, 직장 내 문화와 업무 환경을 재조명하고, 이를 보다 효율적이고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