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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거짓말해서라도 관심받으려 했다' 캡틴 아메리카 남성의 정체는

by niceharu 2025. 3. 2.

미군 군복을 입고 모형 소총을 들고 다니던 남자, '캡틴 아메리카' 복장으로 중국대사관과 경찰서 난입을 시도하다 체포된 안모(42) 씨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을 '미국 중앙정보국(CIA) 블랙요원이자 미군 예비역'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미군 경력은커녕 미국에 입국한 기록조차 없는 한국 육군 병장 출신이었다.

 

 

안 씨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A 씨는 그가 과거부터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신을 과시하려는 성향이 강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안 씨는 오래전부터 '안중근 의사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려 했다. 그러나 안중근 의사의 유족들이 설립한 숭모회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직계 및 방계 후손 중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밝혔다.

 

거짓된 이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 씨는 2017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활동하며 자신을 '미국 정보에 관여하는 선교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가정보원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배후를 제보했다'는 글을 올리며 자신의 정보를 과시했고, 9년 이상 일베에서 활동하면서 극단적인 정치 성향과 혐오 발언을 일삼았다. 특히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집행되고 일부 언론에서 '중국인 99명이 주일미군 기지로 압송됐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그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그는 자신의 '정보력'을 강조하며 언론사 기자와 소통하고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온라인 글 작성에 그치지 않았다. 안 씨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 집회 연단에 올라 자신을 '행동하는 일베 회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사람들을 선동하려 했다. 그는 "우리가 많은 사람을 모아야 여론이 형성되고 좌파를 이길 수 있다"며 정치적인 메시지를 강하게 던졌다. 이후 헌법재판소 앞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일베 대표'로 나왔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안 씨는 극단적인 종교적 성향도 보였다. 그는 1월 25일부터 극우 성향의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참석하며 부정선거론과 혐중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그는 자신을 '애국보수 크리스천'이라고 칭하며 상대 정치 진영을 '악한 마귀'로 규정하는 등 극단적인 종교관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SNS를 통해 "윤석열이 제2의 이승만 역할을 하길 기도한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신앙과 정치적 신념을 결합시키려 했다.

 

서강대 종교학과 서명삼 교수는 안 씨의 이러한 성향에 대해 "의견이 다른 상대를 악마화하는 모습과 이승만, 윤석열을 성인(聖人)처럼 보는 경향에서 극우적인 종교관이 강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오세일 교수도 "안 씨가 추종한 세이브코리아 같은 단체는 근본주의적 신앙을 바탕으로 극우 성향을 띠고 있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체포된 후에도 관심을 끌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혐중 여론을 형성하려는 목적이었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했다. 자신이 경찰의 대응을 유도하려 의도적으로 행동했다는 점까지 강조하며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려는 시도를 계속한 것이다.

 

과거부터 안 씨를 알고 있던 A 씨는 "그가 하는 말은 항상 사실 여부를 따져야 했다"며 "뉴스에서 실루엣만 봐도 그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황당한 주장들을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더 놀랍다"고 덧붙였다.

 

안 씨의 행동을 보면, 단순한 관심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 크다. 그는 단순히 거짓말을 넘어 특정 정치 세력과 종교적 믿음을 결합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또한, 그는 허위 정보를 퍼뜨려 대중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이는 결국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허위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고, 극단적인 정치 및 종교적 신념이 결합해 현실 세계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안 씨의 사례는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신념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방치할 경우, 사회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극단적인 행동이 점점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첫째,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단순히 뉴스나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출처와 신뢰도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극단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신념을 강화하는 폐쇄적인 온라인 공간을 감시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허위 정보나 선동적인 내용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

 

안 씨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거짓말쟁이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온라인과 현실이 뒤섞이며 나타나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성향, 종교적 신념, 그리고 허위 정보의 확산이 결합된 행동은 앞으로도 경계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