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중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려는 국회의원들을 무력을 사용해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계엄군의 사령관급 인물이 직접 윤 대통령의 지시를 폭로한 첫 사례로, 그동안 비상계엄 관련 논란 속에서 숨겨져 있던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곽 전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비상계엄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계엄 해제)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 끌어내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곽 전사령관은 현장 지휘관들과 함께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했으며, 공포탄을 쏴서라도 들어가야 할지, 전기를 끊어서 접근을 차단할지를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곽 전사령관은 현장 지휘관들이 이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고,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며, 결국 작전을 중지시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을 옳다고 판단해, 결국 작전을 중단하고 병력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설사 지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들어가더라도 작전 병력들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문제와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중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곽 전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시작되기 이틀 전인 12월 1일에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 3곳, 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회사 등 6곳을 장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군의 장악 임무는 특정 건물의 출입구에 병력을 배치해 그곳에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장악 임무에 대해 현장 지휘관들에게는 미리 공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장 지휘관들이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곽 전사령관은 당시 비상계엄 관련 보고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당시 상황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설명하고 철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총, 발포, 공포탄, 장갑차” 등의 단어를 사용했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기억이 안 난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답변은 당시 군 고위급 인사들이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거나, 상부의 지시를 외부에 잘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곽 전사령관의 발언을 근거로, 계엄 당시 관련자들의 진술이 이미 맞춰져 있었던 정황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곽 전사령관이 사전에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이를 진술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이를 공익 신고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또한 곽 전사령관이 진술을 하지 않은 이유가 당시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곽 전사령관의 발언은 계엄군 현장 지휘관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상현 전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은 지난 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엄군 장성으로는 처음으로 “무력을 사용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하려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도 당시 정치인 체포 및 구금 명단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명단이 대체로 맞다고 답하며 당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점은 비상계엄 당시 여러 군과 정부 기관이 동원됐고, 그 안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지휘관들이 법적 책임을 우려해 실행을 중지한 점입니다. 곽 전사령관을 포함한 고위 군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들이 겪었던 복잡한 상황과 윤 대통령의 지시가 어떻게 군과 경찰, 국회를 포함한 여러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적 해석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내란죄의 주동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내란 모의나 관여자는 최소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고, 최고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입건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한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법적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이 사건은 정치적인 논란만큼이나 군의 역할과 군사작전의 법적 한계, 그리고 국가의 비상 상황에서의 군과 정부의 책임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군은 얼마나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결정이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지에 대해 보다 깊은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또한 비상계엄이라는 강력한 국가권력의 행사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국가의 비상사태를 관리하는 데 있어 정부의 의도와 실제 실행 간의 차이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기본권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때입니다. 특히, 군의 역할과 그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정치적 압력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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