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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해방 후 첫 '반쪽 짜리' 광복절 기념식, 역사관 논란이 낳은 비극

by niceharu 2024. 8. 15.

광복절 기념식이 올해는 처음으로 두 곳에서 나뉘어 열리게 생겼습니다. 독립기념관장으로 김형석 씨가 임명된 것에 대해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기로 했거든요. 이로 인해 여야가 지난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로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에는 김형석 관장의 역사관을 두고 또다시 대립하게 된 겁니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부가 주관하는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여섯 개 야당은 물론이고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같은 시민단체들도 같은 입장을 내놓았죠. 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의 역사 왜곡과 굴욕 외교를 규탄하며, 김형석 관장의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어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이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을 저지르고 있다"며 "우리 헌법은 3·1운동을 통해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불의에 항거한 민주 이념을 이어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헌법을 부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김형석 관장의 임명을 두고 "마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관장에 전두환을 임명하는 것과 같다"며 "이러다가 광복절을 '패전일'로 바꾸고, 독립기념관을 '패전기념관'으로, 독립군을 '무장 테러 단체'로 칭할까 두렵다"고 강하게 비판했어요. 이뿐만 아니라,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도 "윤석열 정권이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도광산 등재 등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번엔 친일 성향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이런 망동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정부 주관의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는 대신, 광복회와 37개의 독립운동 단체가 주최하는 기념식에 참석할 계획입니다. 이 기념식은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열리게 됩니다. 광복회는 1965년 설립된 이후로 줄곧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해왔지만,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김형석 관장 임명 강행과 독립기념관이 광복절 기념행사를 취소한 것에 반발하며 처음으로 불참을 선언했어요.

 

사실, 광복절 경축식이 이렇게 반쪽으로 치러지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난해에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어요. 당시 정부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광복회와 야권이 크게 반발했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도 광복절 경축식이 무산될 뻔한 상황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독립유공자와 유족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그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을 문제 삼아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흉상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졌죠.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건국절 논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진영에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의 건국일로 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건국절 제정을 주장해왔습니다. 반면, 백범 김구 선생을 존경하는 진보진영에서는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건국절 제정에 반대하고 있죠. 이런 배경 속에서 독립운동 단체들도 임시정부의 연속성과 이승만 대통령의 신격화에 반대하며, 진보진영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갈등의 중심에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며 "사실이 많이 왜곡됐다"고 말했어요. 또한,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제가 저술한 책의 일부만 보고 비판을 받고 있다"며 "저는 1919년이 건국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해야 한다는 사람들 모두를 비판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광복회는 홈페이지에 '뉴라이트 역사관을 지닌 자'를 구분할 수 있는 9가지 판별법을 게재했습니다. 여기에는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거나,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를 폄훼하는 행위, 위안부·징용 문제를 자발적이었다고 주장하는 것,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것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광복회는 이런 판별법을 통해 식민 지배를 합법화하려는 지식인이나 단체를 경계하고 있죠.

 

이처럼, 광복절 경축식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김형석 관장 임명에 대한 반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이는 역사 인식, 특히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둘러싼 깊은 이견과 갈등에서 비롯된 문제죠. 정부와 야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각자의 역사관을 고수하며 맞서는 상황에서, 이러한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가로,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배경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건국절 논란은 단순한 기념일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어디에서 찾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슈입니다. 둘째,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평가 문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승만을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으로 추앙하는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그의 친일 행적과 독재 통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셋째,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도 이번 갈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이는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광복절을 맞아 열리는 기념식이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둘러싼 중요한 논쟁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논란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 인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