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이던 1989년 5월,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습니다. 서울 강동구에 살던 이 아이, 당시 9살이었던 최모 씨는 어느 날 갑자기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사라졌고, 이후 3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2025년 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려 36년 만에,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요. 이 극적인 재회는 단순한 우연이나 제보가 아닌, 집요하고 꼼꼼한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이루어진 성과였습니다.
최 씨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1988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의 건강도 크게 나빠졌다고 해요. 그래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그는 서울 강동구에 살던 고모 집으로 보내졌습니다. 가족의 변화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어린 최 씨는 1년쯤 뒤,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89년 5월에 어느 날 갑자기 실종돼버렸습니다. 당시 고모는 곧바로 서울 강동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지만, 워낙 단서가 없고 수사도 오래전이라 실마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월이 무심히 흘러 2022년 7월, 실종된 지 무려 33년 만에 최 씨의 어머니와 고모가 어렵게 다시 만나게 되면서 사건에 다시 불이 붙습니다. 가족들은 서울 강서경찰서에 다시 실종 신고를 접수했고, 그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2024년 2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의 장기실종사건 전담팀으로 사건이 이관되면서 본격적인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우선 당시 최 씨가 다녔던 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부터 열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 내부에 보관돼 있던 실종자 데이터, 건강보험 가입 기록, 통신사 가입 여부, 복지 지원금 수령 내역 등 다양한 공공 기록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했다고 해요. 혹시나 실종된 최 씨가 신원을 밝히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서울과 경기 지역에 있는 보호시설 52곳을 모두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무연고자로 지내고 있던 309명의 DNA를 수집해 분석까지 했다고 합니다.
또 노숙인 보호소나 입양기관, 대표적으로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국내외 입양 여부도 체크했습니다. 경찰이 활용한 시스템 중 하나는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인데요. 이 시스템은 어린이나 노인의 지문, 사진 정보는 물론이고 보호시설에 입소한 인물들의 시기별 사진까지 모아둔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이걸 바탕으로 수사를 하다 보니, 경찰은 최 씨로 추정되는 인물 39명을 특정할 수 있었고요, 이 중에서도 보호시설 기록 등을 교차 분석해 딱 한 명을 유력한 후보로 좁힐 수 있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과거 부산의 한 소년보호시설에 입소한 기록이 있었고, 입소 당시 작성된 ‘아동카드’에 붙어 있던 사진이 결정적인 단서가 됐습니다. 경찰은 그 사진을 당시 최 씨를 돌봤던 고모에게 보여줬고, 고모는 사진 속 인물이 ‘최 씨가 맞다’고 확인해줬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이 인물의 생년월일이 실종된 최 씨의 것과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수사는 잠시 멈췄고, 경찰도 혼란스러워했죠.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생년월일이 1980년으로 등록된 ‘최모’라는 이름의 사람들, 무려 95명을 전수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인물이 1995년에 ‘성본창설’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성본창설이라는 건, 부모나 가족 정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과 본을 새로 만드는 절차인데요. 당시 최 씨는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행정상 신분을 만들기 위해 성씨와 생년월일을 임의로 새롭게 정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생년월일과 행정상 등록된 생년월일이 달라졌던 거죠.
최종적으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인물이 실종됐던 최 씨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경찰은 지난달 최 씨와 가족 간의 만남을 주선하면서 이 오랜 실종 사건의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정말 놀라운 건, 경찰의 끈질긴 추적입니다. 단순한 데이터 조회나 기록 검색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바뀐 이름, 생년월일, 보호시설 이동 등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실종자의 흔적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특히 309명의 무연고자 DNA를 채취하고, 95명의 동명이인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면서 최종적으로 단 한 명을 찾아낸 과정은 수사 드라마를 방불케 할 정도로 집요하고 정밀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사람의 실종 해결로 끝나는 게 아니라, 현재도 실종된 채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실제로 장기실종사건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단서가 사라지고 기억도 흐려지기 때문에 해결이 매우 어렵다고 하는데요, 이번 사건처럼 오래된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고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더 많은 실종자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최 씨는 현재 가족들과 재회의 감격을 누리며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적응해가는 과정에 있다고는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그가 드디어 본인의 정체성을 되찾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책임을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한 사람의 실종을 대하는 사회와 경찰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이 사건, 우리 주변에도 혹시 가족을 찾지 못한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고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던 누군가가 있다면, 이번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추적한 경찰과, 오랜 세월 기다렸던 가족들, 그리고 끝내 가족을 다시 찾은 최 씨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잊지 못할 메시지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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