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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2024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책 폐기됐다, 경기교육청 '유해 도서' 해명 보니

by niceharu 2024. 10. 11.

한국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그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하라고 권고한 사실이 온라인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네티즌이 경기도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그 내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민원 제기의 배경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기도교육청에 『채식주의자』 관련하여 민원 제기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의 작성자 A씨는 한강 작가의 팬임을 밝히며,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2528권의 책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하도록 권고한 사실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씨는 민원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극찬한 『채식주의자』를 다시 초·중·고 도서관에 배치하고,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정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원 신청이 완료됐다는 캡처 화면을 함께 올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채식주의자』와 다른 도서 폐기 논란

이번 논란은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를 대상으로 폐기를 권고한 데서 시작됐습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이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경기도 학교도서관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 자료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 작품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의 『구의 증명』과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도 유해 도서 목록에 올랐습니다.

 

학교 담당자들은 2022년 11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성 관련 도서를 폐기하는 것을 권고한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교육청은 각 학교에 성교육 도서 처리 현황을 보고하라는 요청을 했고, 제적 및 폐기 도서를 입력할 엑셀 파일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해성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보수적인 학부모 단체가 제기한 문제를 기준으로 삼아 도서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단체는 학교 도서관에서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는데, 교육청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의 해명

논란이 커지자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놨습니다. 교육청 측은 "일부 단체가 학교에 공문을 보내 성교육 도서 폐기를 요구한 상황이었다"며 "교육청은 단순히 학교 도서관에서 관리되고 있는 성 관련 도서 현황을 조사한 것일 뿐, 폐기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도서의 유해성을 판단하고 폐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각 학교의 도서관 운영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도서에 대해 학교도서관운영위 협의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했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의견이 담긴 기사들을 참고용으로 제공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이 단체가 임의로 작성한 유해 도서 목록을 교육청의 기준으로 오해했고, 그 외에도 성과 인체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도서들이 폐기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약 2500권의 도서가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되었으며, 그 중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 학교에서 2권이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경기도지사의 반응

한편,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녀의 작품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경기도지사 김동연은 한강의 수상 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김 지사는 "한강 작가는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 이뤄낸 쾌거"라며 기쁨을 표했습니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아주대 총장 시절에 『채식주의자』를 '총장 북클럽' 모임에서 읽은 경험을 회상하며, 작품에서 느낀 소회도 함께 나눴습니다. 그는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에게 육식을 강요하는 내용을 통해, 우리 사회가 규범이나 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며, 이 책이 자신에게 많은 성찰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지사는 또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경기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끝나지 않은 논란

현재 경기도교육청은 특정 도서를 유해 도서로 지정하고 폐기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재차 해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은 네티즌은 경기도교육청의 판단과 도서 폐기 과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특히 문학 작품을 성교육 도서로 분류해 폐기한 결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 도서관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생각을 제공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도서 폐기와 같은 조치는 신중히 결정되어야 하며, 특정 단체나 개인의 의견이 교육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문학 작품은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성교육 도서로 분류해 일괄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경기도교육청이 앞으로 도서 관리에 있어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학교 현장에서 도서 선정과 폐기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이 신중한 판단을 내리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